정지된 시간의 마을 교동도
6.25 전쟁시 이곳으로 피란나와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하나 둘씩 연가게가 모여
조그만 시장을 만들었다네
고향을 잘볼수 있는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교동도의 대룡시장 이야기...
이곳 교동 이발관은 아직도 문을 열고 있으시며
이발소 주인이신 할아버지는 오늘도 머리를 깎고 계신다.
몇해 전 안 마나님을 먼저 보내시고 홀로 이발소에 기거하시며
긴 가죽피혁에 몇십년된 듯한 면도기를 쓱쓱 문대 칼날을 세우고
연탄난로 연통에 듬뿍 비누거품 내시며
면도후 수염잔해를 처리하실 몇해전 신문조각이 고리에 정교하게 끼워져 있으며
따스한 연탄난로 위 주전자의 물끓는 소리가 정겹다.
아마도 그 예전의 추억이 떠오르신것일지?
오후의 교동 대룡시장은 그야말로 정적이 흐른다.
정지된 시간
멈추어진 시간
그리고 남아 있는 자들의 살아가는 냄새...
동산약방의 조제실도 조용하고
연세드신 약사님의 하얀 까운이 옷걸이에 덩그머니 걸려져 있는 오후
어쩌다 들른 배알이 환자 이외는 또 다른 환자의 기척을 볼수가 없네...
앙증맞은 고무신을 파는 신발가게 에서는
지직 거리는 라듸오의 소리가 오후의 정적을 깨고
길게 들어선 오후의 빛이
온화롭기만 하네
공사인부 들의 점심 식사제공 후
풍년식당의 내부 형광등은
조용함에 빛을 발한다.
학교앞 조그만 슈퍼에서는
몇 않되는 코흘리게 학생들의 먹거리 몇개를 제외 하고는
흉한 가게 매대가 어쩐지 손님을 기다리는 외로움에 고요를 토하고...
무너저 가는 벽면 한구석이 어찌나 허술한지
그림 그리는 학생들 몇몇이
따스한 그림을 벽에 박아 놓고는.....
거북당의 갖 구운 소보로 빵 굽는 내음이 온 골목을 장식하고
흘러간 옛 노래가 흥건한
제일다방 에서는 꿍짝의 리듬이 그 옛날의 흥성했던
과거를 들추듯
박자를 맞춘다.
도시로간 아들과 딸을 위해 만드신 장과 메주가 가즈런히
도열되어 그 옛 시간들을 마주한다.
영자의 전성시대를 흠모하듯
그 예전의 동네 16미리 영사기의 따따따 필림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듯
아직도 영화는 계속 되고 있는지...
미워도 다시한번을 보기위해
닫어진 매표소에 손을 한번 넣어 본다.
고장난 시계수리 가게는 이미 촛침이 떨어진지 오래이고
농기계 구매 보증용 도장 파는 가게는 이미 숟가락으로 빗장을 두르고
화장품 가게의 요란한 선전 포스터가 그나마 골목을 밝혀 준다.
신가다 양복을 재단하여 옷을 짓던 양복점
결혼예복 주문이 없는것 인지 세탁소로 변한지 오래 되었고
동네 친구분들과 막걸리 한잔 하시며 흥을 돋우시던 영강님들
파한 술좌석을 떠나 집으로 향하시는데....
생철 간판에 페인트로 이발소 명을 각인하고
비눗냄새 가득한 내부에는
가즈런히 도열된 어딘지 모를 풍경의 그림 액자들이 세월을 말해주네
오늘도 이발소 주인 할아버지는
언제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시며
낡은 이발석에 비스듬히 앉으시어
지긋히 눈을 감으신다.
분명 그 예전의 시간여행을 하시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고깃덩이 몇개 없는 정육점 냉장고의 소리는 어찌나 큰지
고깃덩이 크기 만큼보다
더 큰 괭음을 낸다.
저 언젠가는 통일되어
그 고향의 뒷언덕 마루터기에 있는 고목을 보듯
지금의 저 고목은 고향이북을 슬쩍 넘겨다 보고 있는것 인지....
강화 교동도 구룡시장에서...
'북유럽 인물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꽃 (0) | 2016.03.10 |
---|---|
외로움 (0) | 2016.03.06 |
백사 (104) 마을 풍경이야기 (0) | 2016.02.20 |
평택 미군기지의 풍경들 (0) | 2016.02.14 |
소래포구의 겨울들,... (0) | 2016.02.11 |